• 2022. 12. 15.

    by. jeveux

     

     

    영화 '헬프'의 포스터.
노란 배경에 주인공인 스키터과 그녀의 친구가 벤치에 앉아있고 흑인 가정부 두명이 서서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는 모습.
    출처 네이버

     

     

     

    여전한 차별

    1960년대나 2022년인 지금이나 알게 모르게 인종 차별은 계속되고 있다.

    나와 색이 다르니까, 나와 쓰는 말이 다르니까 등 여러 이유로 차별이 사회에 만연하다.

    인종 차별뿐 아니라 성이 달라서, 소득에 따라서 그렇게 우리는 차별의 세계에 살고 있다.

    우리 모두는 너 낫고 더 높고 이따위 분류에 따라 나눌 수 없다.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존경받고 존중받고 이해받아야 한다.

    이 영화는 대표적인 인종차별에 대해 말하는 영화지만 그것을 겪으며 자신들의 소리를 내는 사람들과 그것을 세상에 알리려는 한 여자와의 대화들로서 우리는 같음을 잔잔하게 말해주고 있다.

    그렇게 완성된 한 권이 책이 바로 헬프(The Hepl)다.

    나에게 잊지 못할 작품 중 하나로 올겨울 연말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영화로 추천한다.

     

     

    높음과 낮음

    아브라함 링컨이 노예 해방을 선언한 지 100년이 흘렀지만 흑인은 백인과 같은 자리의 버스를 탈 수 없고 흑인 가정부는 자신이 일하는 일터에서 백인과 화장실조차 같이 쓰지 못한다. 

    학교도 다르며 길에서 함부로 백인과 대화하지도 못한다.

    이곳이 인종차별이 심하기로 유명한 미국 남부의 미시시피 잭슨 마을.

    이 마을 백인 여성들에겐 그저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 가정부가 딸린 우아한 안주인이 되는 것이 인생의 로망이다.

    그 커뮤니티의 사람들 중 한 명인 스키터는 의식이 있고 자신의 꿈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스키터를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대학도 졸업하고 여자는 취직도 하기 어려운 그 시대, 그녀는 신문사에 취직해 살림 정보 칼럼을 집필하게 된다.

    흑인 여성들의 살림 노하우에 대해 인터뷰를 하던 중 그녀들의 속 깊은 일상과 사연에 대해 알게 된다.

    침묵을 용기로

    차별과 또 차별.

    스키터는 가슴 아파하며 이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려고 한다.

    그 첫 주자는 에이블린.

    다른 인생은 꿈꾸지도 못하고 가정부가 된 에이블린은 17명의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봤지만 정작 자신은 아들을 사고로 잃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처음엔 자신이 해고될까 혹은 해코지나 테러를 당할까 봐 무서워 거부하던 에이블린은 서서히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스키터는 이 흑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출간하기로 결심하면서 에이블린은 함께할 친구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하나, 둘 용기 있는 이야기들이 더해지기 시작한다.

    다른 가정부 미니는 주인집의 화장실을 썼다는 이유로 해고당하고 스키터와 에이블린의 프로젝트에 동참한다.

    미니는 이 이야기들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자신들의 입에서 나온 것이 아님을 안전보장을 위해 한 일화를 말해준다.

    바로 파이에 관한 이야기인데 미니가 자신의 배변을 넣은 파이를 집주인 힐리에게 선물했고 그녀가 그것을 맛있게 먹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책에 실리고 당사자가 힐리 자신이라는 게 밝혀지면 망신을 당할 게 뻔하니 힐리가 나서서 그 책은 이 마을의 내용이 아니라고 발뺌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책이 성공적으로 출간된다.

    시대적인 분위기로 인해 작가명은 익명.

    그럼에도 곧 베스트셀러가 된다.

    세상이 드디어 그녀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후 스키터는 원하던 뉴욕에 직장을 가지게 된다.

    가슴에 깊이 남은 말

    이 영화에서 가슴을 울리는 대사가 많아 따로 담아보았다.

    스키터의 어린 시절 자신을 돌봐준 가정부 콘스탄틴은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였다.

    콘스탄틴이 풀 죽어있는 그녀에게 이렇게 위로한다.

    "자신을 낮게 보지 말아요. 그게 진짜 못난 거니까. 마음이 못난 게 진짜 나쁜 거예요."

    "매일, 죽는 순간까지 아침에 일어나면 뭔가 결정해야 하죠. 스스로에게 물어봐요.

    '오늘도 바보들이 나한테 할 멍청한 말들을 믿어야 할까?'

    아가씨는 특별한 인생을 살아갈 거예요"

    ㅣ타인의 말보다 시선보다 나 안의 질문에 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리고 결국 마을의 실세 힐리의 압력에 못 이겨 해고당한 에이블린.

    그녀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사랑으로 돌봐왔던 모블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착하고 똑똑하고 소중해요."

    실은 이 말을 에이블린이 엄마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는 모블리에게 자주 해주었던 말이다.

    그렇게 떠나는 에이블린 보고 우는 모블리.

    어쩌면 모블리의 엄마보다 더 자신을 사랑해 줬다는 것을 안 모블리의 슬픈 눈물이었을 것이다.

    오히려 떠나면서 모블리의 엄마에게 우리 아기를 잘 돌봐달라고 부탁하는 에이블린.

    인종을 떠나 그녀가 모블리의 진정한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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